특별기고 및 칼럼
- 작성자
- Admin
- 작성일
- 2020.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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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1월) 27일 한겨울에 집중호우가 부산과 울산지역을 할퀴고 지나갔다. 이날 울산지역에는 1932년 관측 이래 1월의 일 강수량으로는 역대 최고치인 113.6mm를 기록했다. 부산지역에서도 73.3mm라는 관측 이래 역대 두 번째로 많은 비가 왔다. 이날 울산 사연댐 수위가 높아져 국보 제285호 반구대 암각화가 물에 잠길 위험에 놓이기도 했다. 부산의 동래구 온천천 세병교와 연안교에서는 집중호우로 교통 통제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저녁에는 북구 덕천배수장 주변 철길 굴다리 밑 도로가 침수되어 차량 통행이 제한되었다.
올해 1월 한반도 남쪽 바다의 수온이 평년보다 1도 이상 높게 계속 유지되었다. 이로 인해 따뜻한 공기가 한반도 쪽으로 빨리 올라와 찬 공기와 따뜻한 공기가 일시적으로 충돌하여 제주도 남쪽 바다에 저기압이 발생하고 비구름대가 형성돼 발달했다.
지난 1월 중에는 부산과 울산이 겨울임에도 기온이 거의 18도까지 올라갈 정도로 따뜻해 공기 중의 수증기량이 많아졌다. 이 비구름대가 한반도로 올라오면서 대량의 수증기를 공기로부터 공급받아 더욱 발달하면서 지난달 27일 부산과 울산에 집중호우를 내렸다.
부산지방기상청에 의하면, 올 1월 부산의 평균기온(6.4도)은 부산 1월 평균기온(3.2도)보다 3.2도나 높아 1905년 기상관측 이래로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또한, 1973년 이래로 부산·울산·경남의 연평균 기온이 높았던 상위 10개 해 중 8개가 2000년대 이후에 몰려있다. 특히 2019년의 연평균 기온은 14.3도로 2016년 연평균 기온 14.4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유엔 세계기상기구(WMO)에 의하면 지난해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1850년~1900년)보다 1.1도 높아졌으며, 이 같은 현상이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1월 부산과 울산에서의 경우처럼 겨울철에도 지구 온난화의 영향에 의한 따뜻한 기온으로 때 아닌 집중호우가 내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즉 예상하지 못한 집중호우로 인해 대도시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다.
2017년 이미연(국회예산정책처) 연구팀이 유명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2060년의 이상기후에 의한 재난 피해액’에 관한 추정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60년까지 한반도에서 홍수 등 이상기후로 인해 2002년 당시 태풍 루사로 입은 역대 최대피해액(6조 원)의 약 4배에 해당하는 연간 23조 원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강수량이 1% 증가하면 피해액은 4.52% 높아지고, 아스팔트처럼 물이 흡수되지 않는 토지 불투수층의 면적 비율이 1% 높아지면 피해액은 1.74% 증가한다고 한다. 재해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는 토지의 불투수층 면적을 줄임과 동시에 강수량의 증가로 인한 각종 피해에 대처하는 노력이 매우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기후예측을 이용해 향후 늘어날 강수량을 사전에 대비·대처할 수 있다면 피해액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를 위해 APEC기후센터도 국내외 기관의 전문가들과 함께 기후예측 분야의 연구 결과 및 최신 기술을 공유·논의해 기후예측 기술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기상청의 기후예측을 지원하고 기후예측 정보제공 서비스를 통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민의 안전과 번영 실현에 이바지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아무리 노력해도 당분간 지구 온난화는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새로운 이상기후 현상이 향후 계속 발생할 것이다.
현재 이에 대비할 수 있는 최선의 대책은 기후예측을 통해 앞으로 기후재해로 발생할 위험을 파악하고, 이를 최소화하고 극복할 정책·대책과 방법을 수립해 이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후예측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신뢰성을 높이는 노력에 사회적 관심이 절실한 때다.
권원태 APEC기후센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