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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정보를 활용한 국내 식량안보 강화 도모

작성자
Admin
 
작성일
2022.04.07
조회
273

세계 곡창지대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과 이로 인한 곡물 생산 감소 및 가격 상승으로 전 세계가 식량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와 함께 기후변화에 의한 이상기후로 미국의 최대 밀 생산지인 캔자스주 등에서 심각한 가뭄이 발생해 식량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미국 국립가뭄경감센터(NDMC)의 3월 발표에 따르면 캔자스주 절반 이상에서 심각한 가뭄이 나타나고 있다.

 

한편 미국 뉴욕 콜롬비아대와 미 항공우주국(NASA) 등 공동연구팀의 ‘북미의 과거(서기 800년~2018년) 가뭄 정도에 관한 분석 논문’에 따르면 최근의 가뭄 상황은 기후변화로 훨씬 악화하고 있다. 이 논문의 연구팀은 미국과 남미 대륙이 접하는 동태평양 지역에서 수온이 낮아지는 라니냐로 밀 생산지인 미국 남서부와 멕시코 북부 지역이 건조해지는 수많은 증거를 찾아냈다.

 

APEC기후센터의 2022년 4월과 6월 사이 기후전망은 라니냐가 우세해지고 미국 남부에서 평년보다 높은 기온이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해양대기청(NOAA)도 같은 기간 기후전망에서 미국의 절반 이상에서 가물고 건조한 상태가 심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국내의 식량안보는 해외의 식량 수급 상황에 크게 좌우돼 매우 취약한 현실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0년에는 국내 식량 자급률은 45.8%이고, 가축용 사료를 포함하는 곡물 자급률은 고작 20.2% 정도였다. 해외 주요 곡물 생산국의 불안한 정세와 맞물려 점점 심해지는 이상기후가 전 세계 농업 생산 체계와 국내 식량 공급망에 더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러면 국내의 식량안보 제고와 식량의 안정된 공급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국내외 농업 부문은 기후변화로 작물의 생산량 증대와 안정적 식량 공급을 위해 신뢰성 있고 지역적으로 상세화된 기후예측 정보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기후예측 정보를 활용한 병해충 관련 중장기적 전망을 통해 효과적인 병해충 방제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병해충 발생 전 모든 병해충을 대상으로 하는 고비용의 기존 예방 방제 대신에 중장기 기후정보를 활용해 발생 가능성이 큰 병해충만을 대상으로 하는 선택적이고 효과적인 예방 방제의 도입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병해충 예방 방제에 큰 비용을 쓸 수 없는 동남아시아 등의 개발도상국과도 이러한 방법을 공유해 국제 곡물 가격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 필리핀, 인도, 인도네시아 등에서는 병해충 발생만으로도 곡물 생산량의 50% 이상이 줄어든 적이 있다.

 

둘째, 중장기 기후정보를 통해 기후변화 및 이로 인한 이상기후의 발생 양상을 파악해 지역의 변화된 기후와 풍토에 특화된 작물 품종의 도입·확보가 필요하다.

 

중장기 기후예측 정보의 활용을 통해 국내 특정 지역의 변화된 기후와 풍토에 적합하도록 기존 작물 품종을 개량하거나 새로운 품종을 발굴할 수 있다. 한반도 아열대화에 특화되고 이상기후에 강한 아열대성 작물을 동남아시아 국가 등과의 국제협력을 통해 들여오는 방안도 강구해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신뢰성 있는 기후예측 정보를 활용해 정확한 미래의 작물 작황을 예측하는 역량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국제곡물 가격이 계속 상승함으로써 곡물 수입에 우리나라는 더 큰 비용을 내야 하고, 곡물가격의 변동성이 커짐으로써 곡물 확보의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이의 대응 방안으로 국제곡물 선물시장을 활용할 수 있다.

 

선물시장은 미래의 특정 시점에 인도될 상품을 계약할 시에 정한 가격으로 거래하는 시장이다. 따라서 곡물 수요는 일정한데 미래의 세계 곡물 작황이 나쁠 것으로 예상된다면 국제곡물 선물시장에서 미래에 구매할 곡물에 대한 지불 가격을 미리 정해 수확될 곡물에 대한 구매계약을 체결한다. 그럼으로써 차후에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곡물을 낮은 비용으로 구매할 수 있다. 이러한 국제곡물 선물시장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작물의 작황을 정확히 예측하는 고도의 역량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기후에 민감한 곡물 생산량 예측에 활용할 기후예측 정보의 생산·제공이 우선 이뤄져야 한다. 즉 식량안보를 위해 국가·사회가 기후예측 정보에 대한 신뢰성과 정확성을 높이는 연구에 더 관심을 가지고 투자해야 할 시점이다.